나무 가구되다

고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FESTOOL 기능대회 참가기

행복한손군 2019. 8. 17. 03:46

FESTOOL과 함께하는 제1회 가구 기능경기대회 참가기

 

고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목공을 시작한지 이제 4개월차(6월 현재) 목수 수습생에게는 아직까지도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두렵기만 하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 같은데 자꾸 조급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빠른 길이 없기에 한 걸음씩 차분하게 걸어가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경기 가구창작스튜디오
첫 작품 공구상자

 

이렇게 조급함과 어디서부터 인지 모를 걱정들이 많아질 때쯤 페스툴에서 공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엇이든 자극이 필요했던 나에게는 환영할만한 반가운 소식이었다. ^^

 

그런데 세명이 한 팀을 이루고 참가해야 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가구창작스튜디오 팀장님과 상의하니 ‘긍정적으로 진행해보죠!!’라는 대답과 담당 연구원이 기능경기대회 출신이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고행(?)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직 기초를 벗어나지 못한 팀원들에게 온전한 가구를 만든다는 것은 두렵고 걱정되는 일이었다. 사실 톱질과 대패질 밖에 배우지 못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아직 근사한 작품이라고 할 것은 공구상자 만든 것과 협탁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박스만 만들 줄 알면 장롱도 만들 수 있다며 응원하는 연구원의 말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받은 첫번째 미션!!!!!

경기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도면을 다운로드하여 검토하고 스케치업으로 가상 작업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면이라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는 우리에게는 이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케치업으로 만든 화장대

 

 

어떻게든 스케치업으로 작업한 화장대는 꽤 있어보였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처음 만든 화장대는 10시간이 걸렸는데도 완성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

 

우리는 완성품을 구경도 못했고……

부실한 다리…

헐거운 몸통….

각이 맞지 않는 거울 프레임에 좌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ㅜㅜ;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연구원님은(이하 코치) 우리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고…

우리의 실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도미노는 뚫을 때마다 비켜나갔고, 각도절단기의 각은 우리를 배신했다.

연귀 부분은 붙을 생각을 안 하고,천판은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ㅜㅜ;

 

이렇게 집중하지만 10시간...

 

 

쌓여만 가는 미완성 화장대...

 

  

 

 

시간이 지나가고….

완성된 화장대도 하나, 둘 늘어만 간다…..

대회 시작 일주일 전….

팀당 8개의 화장대를 만들어 봤다.

드디어 최종 완성 시간 5시간을 달성했다…

 

 

 

이제 실수만 하지 않고 만든다면 대회에서 입상권도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팀당 8개...   부분 연습 다수.....

 

부분연습...

 

 

마지막 연습을 끝내고....
팀 아웃사이더

 

 

 

 

 

 

대회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도착한 경기장은 어수선하다…

하루 전 있었던 A팀의 경기를 봤기에 조금은 진정되지만 먼데이맨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은근한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노력만큼 대회에 임할 수 있다며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이른 아침 킨텍스
대회 참가자 미팅

 

 

8시 30분 경기장에 입장한다.

들어오기 전에 계획했던 일들이 입장하는 순간 꼬이기 시작한다.

부재와 장비 확인을 끝내야 하는데 작업공간 정리를 끝내고 나니 시간이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돼간다. 부재 교환은 아직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장비확인

 

부재 확인

 

 

경기가 시작된 후 뒤늦게 문제가 있는 부재를 들고 심사위원단을 찾았더니 시합을 시작한 이상 부재 교환은 감점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젠장 너무 안일했다….

 

일이 꼬이려니 작업순서마저 꼬이게 돼버렸다.

오후에 테이블쏘를 사용해서 거울 가공을 하길 원했는데…

오전에 가장 먼저 작업을 해야 된단다…..

 

어쩔 수 없다.. 부리나케 부재와 장비를 챙겨갔지만 이미 10분이 지나갔다.

오전 중 할당된 30분 중 10분을 이렇게 써버린 것이다.. 음…

마음이 조급해진다.

페스툴 테이블쏘는 미세조정을 위해서 가이드 락을 두 군데 위치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해지니 락을 한 군데만 완료하고 작업을 시작해버리는 실수를 해버린다.

다행히 부재가 크게 상하진 않아 수습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하마터면 부재 교환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휴…..

 

 

아직 마지막 거울 홈 작업이 남았는데 시간이 종료 됐다고 옆팀에서 독촉하기 시작한다.

벌써 시간이 됐느냐며 너스레 떨어보지만 시간이 없다.

비굴하지만 부탁할 수밖에 없다. ‘한 줄 만 더하며 되는데 5분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세요?’

잠깐의 정적…..   ‘네 그러시죠’ ‘빨리 끝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일단 시간은 벌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아차 아까 했던 실수를 또 하고 말았다. 부재의 마지막 부분이 가이드가 풀리면서 완전히 어긋나 버린 것이다. 아차……  이런 실수를 또 하다니… ㅜㅜ;

 

그래도 다행이다 50mm 정도 어긋난 건… 거울이 안쪽으로 물리니 최대한 잘라내면 공정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긴장해서 두 번이나 실수했음에도 운 좋게 수습할 수 있는 사고라 천만다행이다.

 

 

 

 

 

다리 가조립

 

드디어 다리 마킹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실수로 조급하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다…

애써 태연한 척해보지만… 조금만 마킹에 실수해도 어긋나 버리는 것이 다리라 걱정이 커진다.

계획대로였으면 벌써 부재 기본 마킹을 끝내고 정재단까지 했어야 할 시간이라 더욱더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래 긴장하지 말자…..  방법을 생각하자….

일당 나 자신을 경기장과 단절시켜서 연습 때의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 연결을 하고 피아노 연주음악을 틀고 나니 조금 진정된다.

그래 기도하자….

“하나님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했던 것 알고 계십니다. 실수하지 않고 연습했던 것만큼만 작업해 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외부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나이 이제 나와 내 앞에 있는 부재만 남았다.

각각의 나무 부재들을 어디로 보내주면 가장 행복해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댄스가 시작된 것이다.

 

 

연습 때와 조금 틀려진 부분도 있지만 도면을 최대한 꼼꼼히 챙겨보며 마킹을 마치고 재단을 시작한다.

첫 번째 각도는 47.5도를 잘라야 한다.

각도절단기 카펙스로 부재들을 들고 이동한다.

 

이제까지 마끼다와 디월트를 쓰면서 한 번도 눈금에 표시된 각이 맞아 떨어진 적이 없기에 걱정이 된다.

우선 47.5도…. 설정한다.

연습 부재로 한번 잘라본다…..

생각보다 카팩스의 소리가 조용하다.

마끼다와 디월트는 그렇게도 모터 소리와 톱날 돌아가는 소리가 컸었는데 이렇게 부담되지 않는 소리가 나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각도가 생명이다….

자유 각도자를 47.5도로 세팅하고 절단면에 대어 본다.

“어????????”

절단면과 자유 각도자의 면이 딱 맞아떨어진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다시 각도를 설정하고 부재를 잘라본다…

그리고 다시 측정…..   카팩스의 절단면이 정확하고 각도마저 정확하다….

“그렇구나 내가 오늘 이런 녀석을 사용해서 다리 가공을 하게 되는구나….

캬~~~~  감탄이다…”

 

 

 

 

교차살 제작

 

 

순식간에 부재 정재단을 끝내고 마킹을 시작한다.

각각의 치수를 표시하고 도미노 위치를 표시한다.

교차 살과 만나는 지점에서 작은 도미노 구멍 까까지 표시한 후 마킹 검사를 한다.

 

다리 부재 전체를 들고서 심사위원석에 가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까지 해오던 마킹 중 가장 신중하고 완벽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ㅎㅎㅎㅎㅎㅎㅎ

 

 

 

정확도가 높은 카팩스 덕분에 정재단이 정확히 되고….

그 기운으로 마킹까지 실수 없게 끝내기 이제야 한숨이 놓인다.

오전에 도미노까지 끝냈어야 하지만….

중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쉽지만 오후에도 최선을 다하자….

 

 

 

도미노 작업

 

 

점심을 먹으면서 긴장이 풀리니 팀 내의 진행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오전에 생각보다 모두 잘 해냈다.

오후에 조금만 속도를 내면 미션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 본격적으로 팀전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끝낸 덕분에 도미노 작업도 무사히 끝내고 조립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몸통 조립과 서랍을 돕고 나니 종료 30분 전이다.

 

나는 정확한 카팩스 덕분에 기분 좋게 작업하고 있었지만…

다른 종류의 루터……

사용해보지 못한 프런지쏘….

날 세팅이 까다로운 직소까지….

우리 팀의 작업시간을 꾀 소모하게 만들어버렸다….

 

전혀 다른 기계로 인한 스트레스

 

마지막 조립

 

조립은 끝났다….

단차를 줄여야 한다….

클램프를 물리고 최대한 조여준다…

그래고 최종 점검과 마감을 해준다….

 

 

경기 종료 5분 전…..

마음이 급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텐데….

 

다른 팀은 우리보다 더 완성도가 높을 것이다….

 

어느새 시간은 지나버리고 종료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화장대를 가지고 달린다….

다행히 종료 전에 제출 완료….

우리를 포함해 4팀이 제출했다….

 

이제 추가시간과 함께 채점 감점까지 진행된다…..

 

최종 마감….. 우리를 재외하고 11팀이나 화장대를 제출했다…..

아…..  어제보다 경쟁이 심하다…..

 

매달과 멀어지는 순간이다……

 

아쉬운 마음에 잎은 타들어 가지만…..

원 없이 나를 불태웠기에 가슴은 벅차오른다….

 

팀원들과 모여 파이팅을 외친다…

지난 두 달간의 고생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고행이었다…..

 

 

 

 

 

 

 

 

수고했습니다.

 

팀 아우사이더.

 

경기장 정리를 끝내고…

시상식에 참석한다…. 우리가 매달은 탈 수 있을까…….

 

장려상 부터 시작된 시상식이 끝나가며 마음이 졸여온다….

 

그리고 발표된 은메달……  가구 창작스튜디오 팀 아웃사이더….

 

 

우리 팀이 은메달이라는 발표에 순간 짜릿했다….

 

감사했다…

 

 

그동안 고생해준 팀원과 와이프가 떠올랐다…

이들의 도움과 내조 덕분에 은메달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도움 주신 분들이 떠올랐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대회가 끝이 나고 나에게 남은 것은….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무를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나무를 깎고 다듬는 만큼…

나도 깎이고 깎여 성장할 수 있을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일차 금메달/ 2일차 은메달/ 페스툴 이사님과 함께
그동안 고생해준 염규홍감독님

 

 

 

 

 

 

p.s 경기 준비기간동안 육아에 전념하지 못해 힘들게한 윤희씨와...

피곤하다며 함께 놀아주지 못한 은찬, 은우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