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하다/여행이 좋아

ABC트레킹 - 1일차 페디에서 란두룩까지

행복한손군 2019. 8. 18. 23:37

 

 

 

 

ABC 트레킹

 

 

안나푸르나를 오른다는 설렘과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준비해야 할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 두려운 마음에 주섬주섬 많이도 들고 왔다.

가방 무게는 삶의 무게라는데 나는 참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가 보다.

  

불이학교 2기의 이번 평화여행은 참 바쁘게 다닌 것 같다.

늦어진 준비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27일 동안 인도와 네팔을 전부 아우르는 참 왁자지껄하고 박진감 넘치는 여행이 되었다.

이런 여행 속에서 이번 등반은 기대가 많다.

 

7일이라는 시간 동안 빨리빨리라는 단어보다는 천천히 안전하게라는 단어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만을 바라보고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면 너무나도 힘든 ABC트레킹이 되겠지만

많은 것을 보며 천천히 가는 산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이번 등반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나야풀이 아닌 페디에서부터 시작한다.

개인 여행자들은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야풀에서 시작하지만

차량을 전세해서 다녀야 하는 우리로서는 초반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며 오를 수 있는 페디에서 첫 일정을 시작한다.

 

2013 ABC 트레킹 루트

10월 26일 - 1 일차 페디-포타나-란드룩

10월 27일 - 2 일차 란드룩-뉴브릿지-시누와

10월 28일 - 3 일차 시누와-밤부-도반-히말라야

10월 29일 - 4 일차 히말라야-데우랄리-마차푸차레

10월 30일 - 5 일차 마차푸차레BC-안나푸르나BC-마차푸차레BC-데우랄리-밤부

10월 31일 - 6 일차 밤부-시누와-촘롱-지누단다

11월 01일 - 7 일차 지누단다-타다파니-사울리바자르-나야풀

 

 

 

페디를 출발하여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어깨의 가방끈이 점점 살 속으로 파고들고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등산화에 자꾸 신경이 쓰일 때 즈음 행자곶에 도착하였다.

어깨를 짓누르며 땀이 차오르게 하던 배낭을 내려놓고

번갯불처럼 빠르게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불쌍한 나의 발들에게 네팔의 하늘을 보여준다. ~~ 최고다!!!

 

ABC 트레킹 코스는 한국의 산보다 훨씬 오르기 쉽다고들 이야기한다.

어찌 이리 높고 오르막이 계속이고, 고도마저도 한국보다 배나 높은 곳이 쉽다고 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의 산들에는 산장이나 넓은 공터 이외에는 이렇게 쉬도록 만들어진 곳이 없어서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짧으면 30분에서 거의 두어 시간에 한 번씩은 꼭 이렇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점심도 먹고 한참을 쉬었으니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교사인 나야 무릎이 안 좋다며 등산 스틱을 사용하지만아이들에게는 산에서 만들어 주겠다면서 약속을 했었다. 

우리와 등산을 함께하는 가지 엉클이 커다란 쿠크리를 들고서 숲으로 들어간다.

이곳 행자곶이 가지엉클이 자라온 동네라 이곳저곳 대나무가 자라서 지팡이 만들기에 딱 맞은 나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나 보다

순식간에 20여 개의 대나무 스틱을 만들어온다그리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맞춤으로 잘라주며 손잡이 부분까지 다듬어준다.

 

이제 뱀부 스틱까지 준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산을 올라야겠다.

 

 

잠시 지체되었던 시간을 벌어보고자 아이들을 독려한다.

“불이 파이팅!”

“파이팅~~”

아직 아이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다. 하긴 조금 전에 그 맛있는 네팔 달밧을 먹었으니 얼마나 힘이 넘치겠는가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아직 한 시간도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쉬자고 한다

하긴 아직 트레킹에 익숙해진 상태가 아니니 금방 지쳐 오는 게 당연하다.

“그래! 트레킹전에 알려줬지!! 옷을 가장 편하게 정리하고 장시간 걸을 수 있도록 신발을 재정비하자! 아직 물집 잡힌 사람은 없지?”

“네~~”

대답도 잘한다.

 

 

 

트레킹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잘 쉬어주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이렇게 점점 고도가 높아질 때는 한국의 산을 오를 때처럼 한 번에 오르기보다는 

천천히 몸이 적응하길 기다리면서 오르는 것이 고산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명약일 것이다.

 

 

  

잠시 쉬고 있다 보면 공기가 맑아서인지 금방 기운이 난다.

이내 기운을 차리고 하늘을 보면 너무나도 파란 하늘 때문에 또다시 힘이 솟는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개를 몇 개나 넘었다.

가지고 있던 물도 먹어 목이 타기 시작한 지 한참이다.

좌측으로는 너무나도 깊게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이 날 두렵게 한다.

얼마나 더 가야 오늘 숙소가 나오는 걸까?

 

이렇게 모두의 표정이 변하고 불평이 나오기 시작할 때쯤 저쪽에서 파란색 지붕에 꽃들이 잔뜩 피어있는 건물이 보인다

저곳이 오늘 숙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가지엉클의 반가운 목소리가 제일 뒤까지 전해온다.

 

“수고했어요. 오늘 여기서 쉬어요

 

 

모두 안도의 한숨에 이젠 너무나도 익숙하게 바닥에 앉고 신발을 벗는다.

 

“조금만 기다려 방 배정해줄게~”

 

저 아래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아마도 이렇게나 힘들게 걸어 올라온 우리에게 선물이라도 주듯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절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