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게 뭐야?'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대답한다.
다람살라, 바라나시, 타파탈리 라고.. '그럼 제일 힘들었던건?' 당연히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라고 대답한다.
무엇이 그리 힘들기에 ABC트레킹을 손에 꼽는걸까!!!ㅎㅎㅎ
아름다운 풍광은 단지 비타민에 불과하다는 아이들.. ^^ 정서는 여행이 어땠을까?
고되고 고됐던 트레킹을 마치고 나야푸르로 내려와 손샘이 사 주신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며 들었던 생각은 ‘아.. 드디어.. 끝. 났. 다!!’라는 생각. 그렇게 개운하고 기분 좋은 날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래.. 내가 바로 저 히말라야를 오른 여자야!’하고.
8일간의 트레킹은 힘들고 아쉽고, 그런 만큼 더 기억에 남고 그랬던 것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진짜 기어오르다시피 해서 딱 MBC에 도착했던 그 순간??
너무 힘들고, 난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몸이 내 맘대로 안 움직여줘서 화나고..
그래서인지 MBC에 도착하자마자 펑펑 울었다.
사실 힘들어서라기보다는 그냥 혼자 속상해서 막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아마 거의 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으라고 하면 ABC에 올라간 순간을 뽑을 거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고산병 때문에 ABC까지 못 가고 애들이 ABC를 찍고 내려오는 동안 MBC 숙소에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ABC로 가는 당일 날, 짐도 없으니까 이번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출발했었는데 얼마 안가 숨이 차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결국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서 나는 MBC로 다시 내려오게 됐다.
정말 다시 내려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내려와서 또 울고.. 8일 동안 정말 울보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ABC를 못 가서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ABC 정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하며 많을 것을 보고 느꼈으므로 그것 자체로 충분 하다고 생각한다.
쿤상샘의 말씀대로 트레킹을 하는 동안 내가 오르는 이 히말라야를, 정말 살기 위해 목숨을 걸며 넘었을 티벳 아이들을 생각하며 걸었다.
그러자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가 부끄러웠다.
‘등산 장비며 등산복을 다 갖춘 상태에서 삼시세끼 밥도 챙겨 먹고 간식도 먹으며 걷는데도 이렇게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그 아이들은 어땠을까..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못 입고 경찰의 눈을 피해 춥고 어두운 밤에 위험한 산행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이것 갖고 힘들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주변 경치도 감상하며 이 길을 산행의 목적으로 걷고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ABC까지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만큼 이번 트레킹의 추억이 기억 속에서 항상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말라야를 오르며 깨달은 진실하나.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도 있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트레킹을 하면서는 ‘아.. 정말 그렇구나...’하고 온몸으로 체험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내리막을 만나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반가움 반, 그리고 내리막을 다 내려간 후 또 어떤 오르막을 만나게 될지에 대한 의구심, 걱정이 또 반, 반..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가장 편한 길은 평지이다!!’ 라는 결론..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듯이 산을 타면서도 항상 평지만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구불구불 길을 힘들게 올라갔다가도 신 나게 내려가는 부분이 있고,
그러다가 또 낑낑 올라가고.. 그런 게 산타기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트레킹을 하다가 마의 촘롱 계단을 맞닥트려 낑낑 올라갈 때는 산타기의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대며 올라갔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꾹 참아내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는 정말정말 기쁘다.
그러면 그때서야 ‘아.. 사람들이 이 맛에 산을 타는구나..‘하고 생각하고 느낄 여유가 생긴다.
솔직히 산이 늘 평지라면 따분하고 재미없을 거다.
구불구불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맛이 있어야지.
정말이지 산을 오를 때는 콧김을 내뿜으며 후들후들 힘들게 올라갔다가 목적지에 딱 도착한 순간, 그 모든 게 싹 가신다. 그러면서 정말정말 행복해진다.
그리고 산을 좀 더 쉽게 탈 수 있는 비결 하나!
오직 그 순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그 구간만을 생각하는 거다.
특히 오르막이나 계단을 오를 때 이렇게 생각하고 가면 좀 더 수월하다.
내가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짝 더 뗄 힘은 남아있다는 사실을. 계속 그 생각을 갖고 가며 한 발, 한 발 묵묵히 발걸음을 떼면 된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더라도 그다음 한 발쯤이야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일정을 생각하면서 걸으면 정말 괴롭다.
그냥 머리를 비우고 그 순간, 그 구간만을 생각하며 걸어야 한다.
트레킹 내내 이런 생각으로 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걸었고 힘들 때가 오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촘롱 계단을 오를 때 진짜 있는 힘이란 힘은 다 쥐어짜며 속으로 ‘한 발자국만 더’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나중에 가지 엉클에게 인터뷰를 하며 엉클의 트레킹 비결을 여쭤봤는데 똑같이 말씀하셔서 놀랐다.
이건 내 생각인데 이런 식으로 스스로 힘을 북돋으며 산을 오른 아이는 나만이 아닐 것 같다.
왜냐. 정말 히말라야 트레킹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넌 할 수 있다, 힘내라’ 이런 응원을 보내줘야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내 안의 나랑 끊임없이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격려 해줘야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힘이 날 때는 손샘의 우렁찬 구호에 맞춰 다 같이 ‘불이 파이팅! 3기 파이팅~!!’을 외칠 때가 아니었다 싶다.
히말라야 트레킹!!
힘들고 고됐던 만큼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순간이다.
(아직도 ‘출발 5분 전~!’이라는 말만 들으면 일단 긴장부터 된다. ㅋㅋ)
앞으로 살면서 힘든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올리면 그래도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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